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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대 전 부총재 "외환시장 체력 강건…환율 하락 지연이 과제"

2026. 09. 11
유상대 전 부총재 "외환시장 체력 강건…환율 하락 지연이 과제"

외환시장, 견조한 기초체력 평가

유상대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한국 외환시장의 기초체력이 매우 강건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견해는 연간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 흐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상향 돌파하지 않은 것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그는 분석했다.

국제 외환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유 전 부총재는 과거 캐나다, 스위스와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성공시킨 바 있으며, 특히 2020년 팬데믹 시기에는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실무를 총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륜을 바탕으로 현재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진단했다.

환율 움직임, 거시경제 흐름이 좌우

유 전 부총재는 장기적으로 환율 결정에 물가 수준과 성장 잠재력이, 중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금리 차이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집단의 외환 수급만으로 환율 변동성을 해석하려는 시각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다. 거래 당사자 중 누군가 매수하면 반드시 반대편의 매도자가 존재하므로, 거래 주체 특정보다는 가격 형성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빠른 하락 움직임과 관련하여, 유 전 부총재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과 같은 예상 외 변수들로 인해 하락 시점이 오히려 지연되었다고 진단했다. 즉, 환율 하락이 예상보다 더딘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와 외환시장 발전 방안

원화의 국제적 위상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역외에서 이루어지는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국내 시장으로 흡수되어 거래 규모가 현재 대비 최소 3~5배 이상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자본 이동 규모에 비해 외환시장 자체와 거래 중개 기능이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를 다양화하고 거래량을 증대시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환율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 개혁, AI 시대의 기회 활용

유 전 부총재는 AI 혁명과 반도체 산업 호황 속에서도 고령화, 생산성 둔화, 중국의 기술 추격,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잠재성장률의 장기적 하락 추세를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 호황기를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산업 경쟁력 강화,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 구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주어진 기회이자 시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 개혁의 핵심 과제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더불어 5개 내외의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력 요약 및 시장 진단

유상대 전 부총재는 1986년 한국은행 입행 후 국제국장, 뉴욕사무소장, 국제협력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 담당 부총재보를 거쳐 2021년 한국은행을 떠났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을 거쳐 2023년 다시 한국은행 부총재로 복귀한 이력이 있다.

그는 환율이 궁극적으로 물가, 성장 잠재력, 경상수지, 금리 차이 등 거시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결정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편적인 뉴스나 시장 심리에만 의존하여 환율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시장 참여자와 거래 규모를 함께 확대하는 구조적 개선을 통해 환율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종합적인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