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창 부탁 PC 설치 업자 '사기 방조' 무죄
사기방조죄, '고의성' 입증 여부가 관건
대법원이 사기 콜센터에 컴퓨터 등 집기 설치를 도왔던 업자에게 사기 방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사기 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방조 행위가 범죄 실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범죄 발생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용역 제공이나 영업 활동이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방조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동창 부탁으로 콜센터 PC 설치, 4.2억 사기 연루
사건은 컴퓨터 수리 및 판매업을 하던 업자가 중·고등학교 동창의 요청으로 콜센터 사무실에 집기 설치를 해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콜센터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유료 주식 정보 사이트 가입비 환불을 빌미로 접근한 뒤, 공모주를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 11명으로부터 총 4억 2천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검찰은 컴퓨터 설치 업자 역시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업자가 사무실 환경(암막 시트지, 주식 관련 보드판 등)과 동창의 지시(컴퓨터 처분, SSD 초기화)를 통해 사기 범행을 인지했거나 예견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적 영업활동, 범죄 가담과 구분
대법원은 해당 업자가 정상적인 영업 대가를 받았을 뿐 범죄 수익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았고, 동창 외 다른 조직원과 연락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면, 업자의 행위는 통상적인 영업 활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범죄 실현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루어진 행위가 범죄에 단순히 이용된 여지가 크다고 보아 사기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2심에서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도 원심의 오류를 지적하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